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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신질환 입·퇴원 절차 개선' 논의 첫발... "가족 독박 부담 끝내야"


보건복지부가 정신질환자의 입·퇴원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분담하고자 '입·퇴원 절차 개선 민관 협의체'(이하 협의체)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논의를 위한 첫걸음을 뗐다. 그동안 의료 현장에서는 복잡한 입·퇴원 행정 절차와 공공 이송 체계 부재 등으로 인해 환자가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가족 전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적 부담을 짊어지는 일이 빈번했다. 이에 정부에서는 현장의 애로사항을 수렴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정구 교수(인제대학교 해운대백병원)는 "이번 협의체에서 우선 논의돼야 하는 대상은 단순히 모든 정신질환 환자를 의미한다기보다 급성 악화로 인해 본인이나 주변의 안전이 위협받거나 적절한 치료 연결이 시급한 중증 정신질환 환자군일 것"이라며 "정신질환 치료를 개인이나 가족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공공의료와 지역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방향으로 정책이 발전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의 도움말을 통해 현행 정신질환 입·퇴원 제도의 한계와 과제에 대해 알아본다.

입·퇴원 절차 개선, 치료 거부·중증 환자 우선 논의돼야
제3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의 후속 조치로 구성된 협의체는 환자와 가족의 부담을 줄이고 입·퇴원 절차상 공적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에 따라 정책적 지원이 시급한 환자군을 명확히 정의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정구 교수는 "먼저 논의돼야 하는 대상은 조현병, 양극성 장애, 중증 우울증, 망상 장애 등에서 급성 정신증 증상이나 심한 충동성, 자·타해 위험, 현실 판단력 저하가 동반된 경우"라며 "실제 현장에서는 환자가 치료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해 골든 타임을 놓치기도 하므로 반복적인 치료 중단, 약물 거부, 심한 불안·흥분·환청·망상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보다 신속하고 체계적인 공공 개입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복잡한 행정 절차·병상 부족... 치료 골든 타임 놓치기도
현재 운영되는 정신질환자 입·퇴원 행정 시스템은 환자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치료 골든 타임을 확보하는 데 장애물이 되고 있다. 의료진과 환자, 가족들은 복잡한 행정 절차와 병상 등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급성 정신증이나 자·타해 위험이 있는 환자의 경우 신속한 평가와 치료 개입이 중요한데 병상 부족, 이송 문제, 보호자 동의 절차, 행정기관 협조 과정 등이 지연되면서 치료가 늦어지는 상황이 반복되기도 한다. 이정구 교수는 "의료진 입장에서는 응급 상황인데도 입원까지 연결되는 과정이 복잡하고, 야간이나 휴일에는 공공 이송 체계와 병상 연계도 원활하지 않다"라며 "정신과적 응급 상황에 대한 사회적 이해 부족으로 인해 현장 대응 인력들이 부담을 크게 느끼는 경우도 많다"라고 토로했다.

환자와 가족들의 고충도 만만치 않다. 급성 악화 상황에서 보호자가 직접 환자를 설득하거나 경찰·119를 불러야 하는 경우가 많고, 입원 이후에는 경제적 부담과 돌봄 스트레스가 이어진다.

경찰·소방 협업 체계 구축... 인프라 확충 이어져야
이번 협의체에서는 공공 이송체계 구축, 공공 인프라 마련, 치료비 지원 등을 주요 의제로 다루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소방과의 유기적인 협업을 통해 환자를 신속하고 안전하게 이송하는 체계를 다지고 공공 인프라 확충 방안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이정구 교수는 "현재 수가 체계가 인력과 안전 관리 비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민간의 부담이 크다. 입원비 지원을 넘어 퇴원 후 외래 치료를 포함한 '치료 연속성 지원'이 중요하고, 급성기 정신 응급 병상과 권역 정신응급의료센터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라며 "가족이 돌봄과 비용 부담을 모두 감당하는 구조를 완화하고, 공공의료와 지역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가족 보호하는 정책적 기반 기대
실효성 있는 입·퇴원 절차 개선안이 의료 현장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행정 절차를 조정하는 수준을 넘어, 야간과 휴일에도 즉시 대응 가능한 공공 이송 체계와 정신 응급 인프라 및 병상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와 함께 입원 치료에만 머무르지 않고 퇴원 후에도 병원,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가족 간의 유기적인 연계를 통해 외래 치료가 중단되지 않도록 지역사회 기반의 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다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정신질환 자체를 잠재적 위험성과 동일선상에 둬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정구 교수는 "대부분의 정신질환 환자는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다"라며 "이번 제도 개선은 낙인을 강화하는 방향이 아니라, 환자와 가족을 보호하고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